캘거리에 엄청난 폭설이 내렸습니다. 10월 초에 하루 밤 사이 25cm라는 폭설을 만났습니다. 캘거리 온 시내가 완전히 마비되어 버렸습니다. 캘거리 시에 따르면 보통 10월 중순부터 재설 작업을 위한 준비를 하는데, 10월 초에 폭설이 내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더욱 큰 피해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캘거리 시 자체 능력으로 재설 작업을 감당하지 못해 인근의 위성 도시와 에드몬튼에까지 구원 요청을 했었으니 엄청난 폭설이었던 겁니다. 캘거리를 보통 눈이 내려도 Dry한 눈이 내리기 때문에 바람만 불어도 날아가는 눈인데, 이번에는 습도가 높았는지 습기를 많이 머금은 눈이라 장비 없이는 치우기 더욱 힘들었나 봅니다. 저도 회사 출근하는데, 버스가 끊겨서 다운타운에서 회사까지 걸어가야 하는 강행군을 했습니다. 회사에 가보니 절반 이상이 출근을 못하고 대부분 병가 또는 집에서 일해야 겠다고 메시지가 오더군요. 집에 와보니 더욱 가관입니다. 치우지 못한 눈이 집 앞에 쌓여 있어 다 치우는데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눈을 치웠는데, 눈이 워낙 무거웠던 탓인지 밤이 되니 허리가 엄청나게 아프더군요. 허리가 약간 삐끗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돌아오는 추수감사절 연휴에 밴프에 있는 핫 스프링에서 온천을 하려고 가족들과 함께 밴프로 향합니다. 핫 스프링은 매년 1년에 1달정도 유지 보수 기간을 가지기 때문에 반드시 홈페이지에서 유지보수 기간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4년 전인가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그냥 돌아온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확인해보니 10월 중순 부터 유지 보수기간이라 마음 편하게 갑니다. 또한 밴프 핫 스프링의 경우 4월 이후에는 자연 온천물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이 말라서 인 것 같은데 국립공원에서도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럴때는 그냥 수돗물을 데워서 공급한다고 하니, 이것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가는 것 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www.hotsprings.ca/banff-upper-hot-springs

추수 감사절날 가니 사람이 아주 많지 않아 쾌적하게 온천을 할 수 있었으며, 또한 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에 온천에서 보는 설경은 끝내줍니다. 허리 통증이 싸악 날아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캘거리에서 갈 수 있는 그나마 가까운 온천은 2군데가 있는데 밴프 핫 스프링과 래디움 핫 스프링입니다. 두군데 모두 가 보았는데, 규모는 래디움이 훨씬 크고, 냉/온수가 마련되어 있고 수영장까지 있으나 밴프보다 약 1시간 반 가량을 더 가야하고 경치는 계곡에 갇혀 있는 구조라 크게 좋지는 않습니다. 밴프는 규모는 작으나 경치가 좋고 캘거리에서 워낙 가까우니 가끔씩 방문하게 됩니다.

점심도 거르고 온천을 하고 나니 몸도 노근하고 허기가 집니다. 와이프가 일본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하기에 밴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차야로 가기로 합니다. 밴프에는 일본 라면 전문점이 두군데가 있는데 차야와 라멘 아라시입니다. 차야는 대로변에 맥도날드 바로 옆이라 찾기도 쉽고 워낙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라 유명합니다. 3시부터 4시까지 Break time인데, 3시 30분 도착한 관계로 옆에 맥도날드에서 감자칩 하나 시켜서 먹으며 빈둥 거리면서 시간을 때워 봅니다. 4시 오픈하자 마자 바로 입장했는데 5분만에 만석입니다.

기대를 가지고 탄탄멘과 미소라면을 시켰는데. 음... 여기는 영 아닌 것 같습니다. 이름 값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육수와 맛, 그리고 빈약한 고명까지. 제대로 된 일본 라면을 먹어 본 사람이라면 다시는 가지 않을 곳 같습니다. 진한 돼지 육수를 내지 않고 땅콩버터와 된장 맛으로 덮어버린 육수 맛과 풍부하지 못한 고명. 배가 고파서 일단 다 먹긴 했지만 와이프와 얘기해보고 나니 자기도 별로였다고 하는군요. 사진기와 전화기를 안가져가서 직접 찍은 사진이 없어 링크를 걸었습니다. 정말 딱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실 이것보다 못하다가 정상이네요. 차슈 같은 고기 덩어리는 없고 갈은 돼지 고기만 살짝 뿌려놨었거든요.

또 다른 일본 라멘 집은 라멘 아라시는 한국 식당인 서울옥과 같은 건물의 3층에 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라멘집입니다. 3층에 위치한데다 간판도 없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인데요, 저는 라멘 아라시만 다녔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차야를 방문 했습니다. 역시 밴프에서의 라멘은 아라시로 가야합니다. 여기는 도로변 식당이 아니라 사진도 별로 없습니다. 여기 라멘 사진도 링크 입니다. 퀄리티 차이가 보이시나요? 게다가 국물은 정말 예술입니다. 제대로 우려된 돼지 사골 육수 때문에 가게 전체가 쿰쿰한 냄세로 가득하고 그렇게 육수를 우려내니 라멘의 국물이 아주 끝내줍니다.

온천은 즐거웠이나 음식 때문에 조금 실망한 밴프 핫 스프링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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