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예약한 밴프 국립공원 캠핑장을 이양 받았습니다. 8월 4일부터 6일까지 2박 3일 밴프 캠핑장을 이용하고자 레이크 루이즈와 존스턴 캐년 여행을 하고 캠프 파이어하며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해 캠핑장으로 서둘러 향했습니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관리인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합니다. 산불 예방을 위해 캠프 파이어가 금지되었으며, 롱 위켄드 기간동안 음주는 불가하다고 합니다. 캠핑의 꽃인 캠프 파이어와 술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캠핑을 하라는건지. 아이들과 와이프 모두 급 대실망을 합니다.

그래도 일단 캠핑 사이트에 왔으니 텐트를 설치하고 내부 셋팅을 합니다. 5년 전에 산 텐트인데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기 순환 극대화를 위한 텐트여서 타프 아래는 모두 모기장이라 저녁에 바람이 불면 바람이 슝슝 들어옵니다. 게다가 일기 예보를 보니 밴프 지역 이번 롱 위켄드 동안 최저 기온이 7~8도 입니다.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침낭과 추가 침구류까지 준비했고, 새로운 에어 메트도 하나 장만 했습니다. 높이가 높은 것이 새로 장만한 에어 메트인데 캐나디언 타이어에서 50% 할인을 하여 얼른 하나 집어 왔는데, 높이가 낮은 것과 비교해 보니 비싼 값을 하는 것 같습니다. 누워 보니 훨씬 안락하며 바람이 어느정도 빠져도 바닥에 닿을 일도 없을 뿐더러 더욱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캠프 파이어 금지로 인해 브루스터에다가 대충 고기 구워 먹고, 술도 못 마시게 하니 저녁 9시쯤 잠자리로 들었습니다. 9시 반쯤 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텐트 안에서 듣는 빗소리가 듣기는 좋았는데, 밤에 얼마나 추워질지 걱정입니다. 옆 사이트는 비가 오기 전에 도착해서 열심히 텐트를 치는 것 같다니 다음날 아침에 보니 비 때문에 포기하고 집에 갔다 봅니다. 텐트 사이트가 비어 있습니다. 또 다른 한쪽도 얼마나 추웠는지 일찍 집에 간 듯 합니다. 텐트가 사라졌습니다. ㅎㅎ

저희 애들이 캠핑와서 춥다고 한 적은 있어도 일어나자 마자 집에 가자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요, 이번에는 정말 엄청나게 추웠나 봅니다. 일어나자 마자 너무 춥다고 집에 가자고 합니다. 그래서 대충 누룽지와 라면으로 때우고 2박 3일 대신 1박 2일로 변경하여 집으로 가기로 합니다. 둘째가 너무 추워서 어깨를 움추리고 있네요.


캠프 사이트 일부 모습입니다. 여기 현지인들은 캠핑와서 저희처럼 고기 굽고 지지고 볶고 신나게 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하이킹이나 자전거를 타고 저녁에는 간단하게 준비해온 저녁 식사 후 캠프 파이어 하면서 도란도란 대화하다가 일찍 잡니다. 그리고 일어나면 시리얼에 우유 먹고 집으로 출발하더군요. 흥을 즐길 줄 모르는 현지인들입니다. 역시 노는 것은 한국 사람들과 남미 사람들이 정말 잘 놉니다. 어느 공원을 가도 신나게 지지고 볶으면서 노는 사람들은 한국/남미/아프리카 사람들입니다.


2박 3일 일정으로 온 것이라 짐도 한 가득입니다. 원래는 자전거도 가지고 오려고 했는데 도저히 실을 곳이 없어서 포기하고 안 가져왔습니다. 와이프가 친구한테 아이스박스 빌려온 것인데 저걸 넣으니 공간을 많이 잡아 먹더군요. 그냥 Portable 아이스 백을 가져가자고 했는데 굳이 빌려와서 공간만 더 많이 차지 합니다.


금지된 캠프 파이어를 하는 Fire fit 입니다. 밴프 국립공원 캠프장은 원래 불을 땔 수 있는 Permit을 구입하면 나무가 무제한 제공되어서 신나게 불 때면서 놀 수 있는데, 전혀 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잿더미만 보다 왔습니다.


주립공원과 국립공원 캠프 사이트를 비교해 볼 때 국립공원이 좋은 점은 딱 3가지 인 것 같습니다. 따뜻한 물 샤워를 언제든지 무료로 할 수 있고, Permit만 구입하면 나무가 무제한, 그리고 수세식 화장실. 근데 나무와 술은 때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저희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고, 사실 캠핑장에서 자연인처럼 하루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기에 따뜻한 물 샤워도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며칠 연속으로 캠핑 사이트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캠퍼들이 아니라면 말이죠. 이런 비교 결과를 볼 때 다음부터는 가까운 주립공원으로만 캠핑을 가기로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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