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산다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가 지독히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왜 도대체 이곳에서 살고 있는지 이해가 안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어떨 때 캐나다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까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3가지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1. 엄청난 폭설

캐나다는 밴쿠버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눈이 많이 오는 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캘거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날씨가 건조하기 때문에 싸락눈이 많이 오는데, 가끔씩 습기를 많이 머금은 함박눈이 올 때가 있습니다. 싸락눈은 잘 뭉쳐지지도 않아서 아이들이 눈사람도 못만들고 눈싸움도 하기 힘들고 바람만 불면 휙 날라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함박눈이 한 번 오면 대책이 없습니다. 10월 초에 엄청난 폭설이 내려서 모든 교통 시스템이 마비된 적도 있습니다. 저도 평소 출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 내인데, 이 날은 출근하는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다운타운으로 가는 전철(C-Train)도 마비이고, 모든 시내버스는 아예 운행을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었거든요. 겨우 다운타운에 도착해서 버스를 30분 넘게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사무실까지 걸어갔었습니다. 이런 것은 견딜만한데, 눈이 왔을 때 운전이 정말 힘듭니다. 스노우 타이어를 끼고 있더라도, 차는 빙판길에서 스케이드 타듯이 죽죽 미끄러집니다. 4년 전에 눈이 많이 내린 날 크게 사고가 난 이후로 눈에 대한 공포까지 생겼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뒤에서 와서 그냥 받아버렸거든요. 그 이후로 눈만 오면 운전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생겨 왠만하면 운전도 잘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집 앞에 눈을 치워야 하는데,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지난 폭설 때 눈을 치우다가 허리까지 삐끗하는 바람에 1주일 간 엄청 고생했거든요. 눈만 내리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ㅎㅎㅎ

2. 후진적인 의료 시스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은데,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은 공짜라는 장점도 있지만 의사들의 수준이나 시스템은 한국처럼 훌륭한 편이 아닙니다. 의사/간호사가 환자 한명 한명을 정성껏 캐어해주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지만, 너무나 원시적인 치료 접근, 오진, 그리고 가정의의 수준은 형편 없습니다. 원시적인 치료로 저희 와이프 예가 있습니다. 얼굴 안쪽에 혹이 하나 생겨서 병원에 갔더니, 수술을 하면 된다고 하는데 간단한 수술이랍니다. 그래서 어떻게 수술을 하냐고 했더니 얼굴에 혹있는 부위를 칼로 째고 혹을 떼어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얼굴에 흉터가 5-10 센티 생길 수도 있는데, 정말 할꺼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 얼굴인데, 미용은 전혀 고려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한국 방문했을 때 수술을 했습니다. 귀 뒤쪽을 째고 가느다란 혹 제거용 관으로 혹을 제거해서 얼굴에 상처는 하나도 생기지 않았고요. 다만 3일정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어야 했지만, 얼굴에 흉터가 크게 생기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요. 오진도 아주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제가 아는 분이 두통이 심해 응급실을 갔더니, 머리 쪽에 이상이 있다고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답니다. 근데 이분도 캐나다 의료를 전혀 믿지 않는 분이라 수술 거부하고 바로 한국으로 가서 종합 검사를 했더니, 심장쪽 혈관에 문제가 있어 피가 머리로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라며, 약물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서 약만 처방 받고 캐나다로 돌아오신 분도 있습니다. 지금은 멀쩡히 잘 지내시고요. 캐나다는 종합병원 전문의를 만나려면 가정의를 만나 소견서를 받아야 하는데, 가정의가 완전 돌파리인 경우들이 허다하고 전문의를 만나는 소견서도 잘 써주지 않습니다. 저랑 같이 일하던 캐나다인이 32살인데, 몸이 이상해서 가정의 만나 겨우 1달 뒤에 전문의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줬는데 이 친구 전문의 만나기 일주일 전에 사망했습니다. 급성으로 간이 안 좋아져서 멀쩡하던 친구가 죽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한심한 캐나다 의료 체계를 보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3. 너무나 넓은 국토

한국은 국토가 작기 때문에 어디든지 5-6시간이면 갈 수 있지요. 바다만 하더라도 1-2시간만 가면 서울에서 서해도 갈 수 있고요. 하지만 제가 사는 캘거리에서 바다를 보려면 12시간 운전을 하고 밴쿠버로 가야 합니다. 저는 바다를 좋아하는데, 여기서 바다로 놀러간 것이 5년 중 딱 한 번 밖에 없습니다. 밴쿠버로 운전하고 갔다오기도 버겁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바다 뿐만이 아닙니다. 어디를 한 번 놀러가려면 최소한 편도 7-8시간을 운전하고 가야합니다. 밴프가 가깝기야 하지만, 맨날 그곳만 놀러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캘거리에서 2-3년 정도 살면 근처에서 가볼만 한 곳은 모두 다 가보게 됩니다. 다른 곳을 놀러가고 싶어도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주저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때로는 미국이 가깝다 보니 옐로우 스톤 같은 국립공원 놀러가는 분들도 있는데, 그것도 한두번이죠. LA나 샌프란시스코 같이 재미있는 도시로 놀러가는 것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이렇듯 너무나 광할하고 넓은 땅더리에 사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 한국에 가는데, 신나게 바다도 구경하고 놀다와야 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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