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이하여 가까운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하였는데,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하다가 집에서 오마카세를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집에서 하는 오마카세라고 하여, 홈마카세. 11월 결혼기념일에 캘거리에 있는 오마카세를 다녀온 후 와이프가 주위에 많이 자랑을 하고 다녔기에 지인들에게 그와 비슷한 분위기로 대접을 한 번 한다는 마음으로 메뉴만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으로만 준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캘거리 내의 마트를 다 돌아다니며, 내가 구할 수 있는 모든 식재료를 파악한 후 메뉴 구성을 마쳤다. 계획 상으로는 19가지 메뉴로 구성하고 약 2시간 30분 간의 디너 타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계획 하에 2023년 12월 23일 오마카세 흉내를 한 번 내보겠다고 가까운 지인들을 초청했다.

 

내가 구성한 메뉴

파인 다이닝 분위기가 날 수 있게끔 메뉴판도 직접 만들어 테이블에 놔 주고... 로고를 상단에 넣어 좀 더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홈마카세 시작을 알리는 차완무시

차완무시는 이번에 대접하기 위해 일전에 2-3번의 연습을 했던 것 같다. 매번, 푸딩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계란찜의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계란과 물의 비율를 바꿔서 도전해 보았다. 계란:물의 비율을 1:2로 변경하여 만드니 부드러운 푸딩 질감의 차완무시가 완성되었다. 기존에는 1:1로 했었는데, 역시 물의 비율이 올라가니 부드러움이 한층 올라갔다.
 

참깨소스 샐러드

식전의 샐러드로는 일반 어린 야채에 알파파를 올려 예쁘게 장식하고 참깨 소스를 뿌렸다. 계획 시에는 유자 폰즈 소스를 이용한 소스를 이용하려고 했든데, 회나 스시 먹을 때 간장이 많이 나오므로 간장 소스를 줄이고자 참깨 소스를 활용했다. 참깨 소스는 시판용으로 활용. 참깨 소스까지 만들면 너무 일이 많아지니까. ㅎㅎ
 

자숙 문어

이제 애피타이저의 시작으로 자숙 문어를 준비해 보았다. 마트에서 파는 초밥용 문어를 이용해 직접 만든 소스로 자숙문어 카르파치오 느낌의 애피타이저를 준비. 소스는 레몬즙 + 마늘 + 올리브유 + 생 파슬리 + 오렌지 주스를 조합하여 집적 만들어서 뿌렸는데, 생각보다 가벼운 느낌의 소스로 문어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흰살 생선과 야채 구이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메뉴가 아닐까 싶다. 생선은 대구와 가자미 중 어느 것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와이프가 가자미가 먹고 싶다고 하여 마트에서 가자미로 즉석 결정. 퓨레와 소스를 고민했었는데, 당근 퓨레와 타르타르소스로 결정하여 당일 모두 만들었다. 야채는 호박과 애기 양배추를 곁들였고, 표고버섯은 원래 차완무시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너무 늦게 불린 관계로 딱딱해서 차완무시에 넣지 못하고 여기에 추가하여 살짝 플레이팅에 이용하였다. 초대받은 분들이 극찬한 메뉴 중 하나이다.
 

통오징어찜

생선구이에 에너지를 많이 쏟을 것 같은 생각에 스시가 나오기 전까지는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메뉴로 구성하고자 하여 통 오징어와 관자 구이를 준비하였다. 오징어야 맛술에 넣고 찌면 금방 준비가 되니 이 처럼 간단하면서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또 있으랴... 고추장이 아닌 폰즈 소스를 발라주어 향긋하면서 간을 주는 형태로 준비하였다. 사람들이 오징어에서 어떻게 이렇게 윤이 나는지 궁금하다고 했는데, 이유는 나도 모르겠네. 폰즈 소스에 올리고당 같은 게 포함되어 있나?
 

가리비 치즈 버터 구이

냉동 가리비살이 생각보다 저렴하여 마트에서 같이 데려와서 준비하였다. 버터에 살짝 구운 후 체다/모짜렐라 슈레드 치즈를 뿌린 후 토치를 이용하여 모두 녹여주었다. 그 위에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조금 더 추가하여 치즈 맛을 극대화 시킴. 불맛과 치즈의 맛이 조화로웠던 음식이다. 초딩 입맛인 사람은 너무 좋아할 만한 맛이며, 개인적으로도 가장 간단하면서 맛있는 음식이 아니었나 싶다.
 
중간에 쉬는 타임을 가져주고 본격적으로 스시 시작. 중간에 튀김을 한 번 했는데, 완전히 망쳐서 지인들이 사진도 안 찍었네. ㅋㅋㅋ 역시 나에게 튀김은 넘기 힘든 장벽 같은 존재인가 보다. 튀김을 해서 제대로 성공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듯...
 

오이 군함말이

새로운 스시의 시작을 알리는 느낌으로, 입이 시원하게끔 오이를 이용한 군한 말이를 만들어 보았다. 김보다는 처음 나가는 스시로는 더 잘 어울리는 듯. 오이로 밥을 말고, 그 위에 크래미와 양파를 넣은 마요네즈 소스를 올려보았다.
 

아부리 연어 스시

주 생선 스시 메뉴는 연어, 방어, 고등어가 되겠다. 한정된 생선으로 다양한 스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간의 변형들이 필요하므로 일차로 연어 아부리를 준비해 보았다. 사실 흰 살 생선부터 나가는 것이 오마카세의 정석이라고 하나 여기 캘거리에서 횟감용 흰살 생선은 구하기가 불가능하여 바로 붉은 살 생선으로 준비했다. 
 

방어 스시

말이 방어이지, 한국산 방어는 아니고 일본에서 수입한 냉동 방어이다. 일전에 마트에서 방어 냉동 필렛을 파는 것을 봤었는데 괜히 비릴 것 같은 느낌에 한 번도 구매해 본 적이 없다. 양이 적기만 하다면 한 번 도전해 보려만, 큰 덩어리로 60불 이상 하니 쉽게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얼마 전 아는 분이 방어회를 구매해서 회로 만들어 초대해 주셨었는데, 그때 너무 맛있게 먹어서 방어를 구매해서 초밥을 만들어 보았다. 나름 정말 괜찮은 스시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래서 넌 대표사진 ㅎㅎ
 

갑오징어 스시

역시 마트에서 파는 초밥용 갑오징어를 이용해서 스시를 만들어 보았다. 집에 매실 장아찌가 남은 것이 있어서 다져서 위에 올려 줌. 원래 갑각류 스시에 우메보시가 많이 올라간다고 해서, 나도 따라 해 봄. 칼집을 보고 사람들이 직접 칼집까지 낸 것이냐고 감탄했는데, 그냥 내가 냈다고 할걸 그랬나? 너무 솔직하게 마트에서 파는 게 그렇게 나와요라고 말해 버림.
 

사과소스 연어 스시

또다시 연어, 하지만 다른 맛을 주기 위해 사과 소스를 뿌려 주었다. 사과와 양파의 양을 3:1 또는 4:1 정도로 마요네즈랑 같이 갈면 정말 환상적인 사과소스가 준비된다. 사과 맛이 좋으면 4, 양파와 궁합을 잘 맞추겠다면 3으로 넣으면 정말 훌륭한 사과 소스가 되지 않나 싶다. 한 가지 생선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치트키.
 

시메사바 스시

고등어는 노르웨이 냉동 고등어를 사서 소금과 식초에 절여서 직접 만들었다. 내가 워낙 시메사바를 좋아하는지라 가끔 시메사바를 해 먹은데, 사전에 지인들에게 시메사바 좋아하냐고 물어보니 다들 좋아한다고 해서 준비했다. 시메사바에는 무조건 생강을 넣어야 제맛. 지인 중 한 명은 오늘 먹은 음식 중 자기에게 최고는 시메사바 스시였다고 한다. 사실 고등어는 비린 맛만 안 나면 갑이지.
 

트러플 소금 비프 스스

얼마 전 주변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트러플 소금을 주면서 우리 집도 하나 같이 구매하여 활용해 보았다. 토치로 겉을 잘 익힌 소고기에 트러플 소금으로 극강의 향을 더해주니 이것도 정말 맛있었던 스시 중에 하나. 트러플 소금을 생각보다 많이 올려야 한다. 불맛이 다른 맛들을 압도하기에, 이를 눌러주기 위해서는 소금양이 좀 많이 필요한 것.
 

갈비 양념 비프 스시

칼집을 일일이 다 내고, 일단 토치로 한번 구워준 뒤 시판 갈비 양념을 발라주고 다시 한 번 토치질. 애들은 이거 먹으면 환장할 듯. 우리 집 막내도 연어를 워낙 좋아하지만, 이것 한 번 먹더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최강의 스시였다고 아빠한테 엄지 척을 엄청 날려줬던 스시. 만들기도 쉬우니 앞으로도 가끔 해주는 것으로...
 

참치 김말이

예정에 없던 참치를 하나씩 준비해 드렸다. 무순을 도대체 구할 수가 없어서 알파파로 대체하여 만들었는데, 나름 괜찮지 않았나 싶다. 내가 참치 매니아다 보니 캘거리 살면서 가장 서러운 것이 참치집이 없다는 것인데, 그래서 여기 마트에서 파는 모든 냉동 참치는 다 사서 먹어본 듯하다. 뱃살 부위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적신이나 등살 부위라도 먹고 싶어서 말이지. 한인마트, 코스트코, 슈퍼 스토어 등 다 사봤지만 가장 맛과 품질이 좋은 것은 슈퍼 스토어 PC 브랜드의 참치인 것 같다. 2덩어리가 한 개의 봉지에 포장되어 있던데, 비린내 없고 가장 맛도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인 마트에서 파는 참치 종류는 안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듯. 특히 회로써의 가치가 없는 날개다랑어를 횟감으로 팔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튀김 우동

다들 배가 부를 것 같아 튀김 우동 드릴까요? 했더니 여성분들은 드셔야겠다고 한다. 튀김은 워낙 잼병이라 와이프에게 사전에 도움을 받아 미리 튀겨 놓았고, 우동용 다시 국물에 튀김만 올려 간단하게 튀김 우동을 만들어 드렸다. 시판 우동 다시는 정말 맛의 끝판왕이다.
 

Assorted 사시미

남은 회들로 사시미를 구성했다. 사실 이날 음식 준비하랴, 대접하랴 약 5-6시간을 계속 서 있었더니 힘들었고 이를 예상해서 사시미를 맨 마지막 코스로 뺐다. 왜냐하면, 나도 지인들하고 같이 무언가를 먹어야 하니까. 원래 오마카세에서 사시미는 메뉴 중 맨 앞쪽에 빠져있는 메뉴이건만, 나는 술 한잔 하면서 마시려고 맨 마지막으로 빼놓음
 
하겐다즈 녹차 아이스크림까지 대접하고 홈마카세가 완료되었다. 생각보다 생선 준비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든 것은 함정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생선만 준비가 빠르면 다른 것들도 쉽게 될 텐데, 워낙 여기에 생선 손질에 신경을 쓰다 보니 다른 것 준비가 같이 지연되더라. 그래서 식사 시간이 약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스시 생선만 준비가 잘 되었다면 아마 2시간 30분이며 끝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아주 무난하게 마친 연말 식사 자리가 아닌가 싶다. 참고로 본인은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아닌 그냥 취미로 음식을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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