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캐나다의 캘거리에서 SW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개발자의 하루는 한국과 별 다른 것이 없습니다. 업무의 연속이죠. 한 가지 다른 점은 업무 집중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주어진 시간 내에 업무를 마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개발 내역을 개발자/QA/PM이 모두 합의 하에 업무 내역을 종합하여 관리하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시간 내에 못 마치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 칼퇴근을 합니다.

업무시간은 Flexible 타임제 입니다. 저의 회사의 경우 8시-9시 사이에 출근해서 4시-5시에 퇴근합니다. 8시에 출근하면 4시에 퇴근하고, 9시에 출근하면 5시에 퇴근을 합니다. 아이들 양육 때문에 캐나다의 대부분 회사는 Flexible 타임제를 운영합니다. 맞벌이의 경우 한명은 일찍 출근하고, 한명은 아이를 데이케이어 맡긴 후 늦게 출근. 일찍 출근한 사람이 일찍 퇴근하여 아이를 데이케어에서 찾아보는 식이죠.

저희는 맞벌이 가정은 아닙니다만 전 8시까지 출근합니다. 9시 반에 항상 미팅이 있습니다. 그 전까지 이메일 읽고, 미팅에 들어가 할 말을 정리합니다. 미팅은 10-15분 정도 합니다. 어제 무슨 일을 했고, 오늘 무슨 일을 할 것이다. 발견한 이슈가 있으면 여기서 간단히 브리핑하고 자세한 것은 담당자끼리 모여 별도의 미팅을 합니다. 캐나다 개발 회사는 대부분 애자일/스크럼 방법론은 사용하기 때문에 이것은 거의 모든 개발 회사가 공통이라고 보면됩니다.

12시까지 빡세게 일합니다.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9시 출근 후 모두들 이메일 읽고 정리한 다음 9시반에서 10시쯤 되면 모여서 커피 한잔을 하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커피 타임이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시간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여기는 얄짤 없습니다. 점심시간 전까지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피러가고 했는데, 여기서는 담배도 제대로 못 핍니다. 다들 빡세게 일하고 있는데 담배 피러가는게 엄청 눈치가 보입니다. 여기 생활 중에 아쉬운 점이지만 그래도 이로 인해 칼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참을만 합니다. 게다가 담배 양도 많이 줄게 되고요.

12시 땡치면 한 시간동안 다들 자기 여가활동을 합니다. 밖에 나가 런닝하는 친구들도 있고, 밥 먹으면서 미친 듯이 게임하는 친구도 있고 저처럼 블로그질이나 넷플릭스로 영화 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정말 소중한 1시간 입니다. 이후 퇴근 전까지 또다시 미친 듯이 일만 합니다. 중간 중간에 가끔 미팅도 있고요. 4시 되면 서로 인사도 없이 칼퇴근합니다.

솔직히 업무 강도가 강한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업무 강도를 강하게 만든다는 생각입니다. 다들 일찍 퇴근하기 위해 그렇게 일하니 저도 따를 수 밖에 없는 법칙입니다. 이건 정말 회사마다 캐바캐인 듯 합니다. 제가 아는 친구는 아침에 모여 팀홀튼 커피숍에 가서 모닝 커피를 하는 친구도 있는데 저희 회사는 그런 것 없습니다. 최상의 커피 머신들을 들여놔서 나가서 커피 마실 일도 없거든요. 이번에 참여한 프로젝트가 얼추 끝나서 개발할 내역이 많지 않아 요즘은 띵가띵가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스트레스는 아침 미팅입니다. 별로 할 일도 없는데, 무엇을 했다는 것을 얘기해야하는데 별로 할 얘기가 없거든요.

캐나다 개발자는 칼퇴근을 한다. 업무 강도가 강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수다 떨 시간이 없어 업무 강도가 강하게 느껴진다. 제가 지금까지 느낀 회사 업무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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